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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태풍을 잠재워라 운영자 200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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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슈퍼 태풍을 잠재워라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아시아, 강력한 태풍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충남 계룡대에 자리잡은 공군기상전대는 군에 하나뿐인 기상 전문 부대다. 당연히 전군에 대한 기상예보 임무를 맡고 있다. 만일 군사작전에 돌입하려면 반드시 기상전대로부터 기후예측 정보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시행 여부에서 방향까지 결정한다. 이런 임무를 맡은 기상전대 관계자들이 지난 3월21일 서울 힐튼호텔을 찾았다. 한국기상학회(학회장 이태영 연세대 교수)가 ‘지구 온난화와 사회·경제적 영향’을 주제로 마련한 기상학술 심포지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군사작전에 변화가 불가피한 때문이다.


△ 지구의 열기를 어떻게 식힐 것인가. 국내외 기상학자들이 지난 3월2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지구 온난화와 사회·경제적 영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사진/ 한겨레21 김수병 기자)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기상전대 정병욱 소령은 “군사작전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작전은 물론 보급 체계도 바뀔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구름이 많아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날이 갈수록 줄기도 한다.” 그래서 기상전대는 부산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에 기후예측 전문가를 파견해 관련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기후변화에 걸맞은 전군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려고 한다. 이제 기상전대에 속한 기후예측 전문가들은 아열대 기후에 걸맞은 군사작전을 전군에 제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만 배 강도

이렇게 우리 사회의 각 분야가 기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것이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심포지엄에서 기조 연설을 한 영국 이스트 앙겔리아대학 필 존스 교수(환경학)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사례로 △지난 100년 동안의 9.8도 상승과 지난 50년 동안의 따뜻한 밤 증가, 추운 밤 감소 △중위도 지방의 강수량 증가 △아열대 지방의 가뭄 증가 △단기간의 집중호우 증가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 1월과 2월은 지구촌이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 겨울을 보냈다”면서 “엘니뇨와 대기 온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필 존스 교수는 “온난화의 영향은 위도가 높을수록 해양보다는 대륙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한국은 중위도로서 아시아 대륙에 붙어 있어 지구의 평균보다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쓰쿠바시 기상연구소 아키오 기토 박사는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그는 여러 기상예측 모델의 분석을 통해 “동아시아 지역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대륙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지표면 대기 온도 상승률이 세계 평균보다 20%가량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근래 30여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강력한 태풍이 국내를 덮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일본의 초고해상도 모델 예측에 따르면, 21세기 말까지 태풍의 발생 수는 3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태풍의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파괴적인 양상으로 말이다. 아키오 박사는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가 내뿜는 더운 습기를 낮은 대기권에서 빨아들인 태풍이, 이를 에너지로 삼아 파괴적으로 될 것”이라면서 “한반도에도 강풍과 함께 하루 1천mm 이상의 폭우를 동반한 ‘슈퍼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일 초속 60m 이상의 슈퍼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미 이에 대한 시나리오도 나왔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팀이 슈퍼 태풍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결과는 충격적이다. 우선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1만 배로 짐작되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 이때 대규모 해일이 생성되면서 지름이 1m가 넘는 나무도 송두리째 뽑히고 만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대형 유조선을 삼키고, 도로의 자동차는 곳곳에서 뒤집히고 만다. 폭우를 동반한 태풍은 대형 구조물을 쑥밭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미 태풍은 지구 온난화를 밑거름 삼아 강도를 높여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 등이 펴낸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이변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960년대에 해마다 1천억원가량의 피해를 입었지만, 1990년대에는 6천억원대로, 2000년 이후에는 2조7천억원대로 급상승했다. 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해 기상이변의 빈도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벌써부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21세기의 기후변화가 20세기에 관측된 것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권원태 기후연구실장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호우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이나 대륙의 내부에서는 건조화 추세가 나타나 가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연구소가 독일과 함께 기후변화 모델을 이용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말의 동아시아 평균 기온은 최저(온난화 대응) 1.7도에서 최고(온난화 무대응) 4.3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평균기온보다 0.9도에서 1.3도가량 높은 수치다.

21세기 말 동아시아 평균기온 1.7~4.3도 상승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 존스 교수는 “화산 폭발 같은 자연적인 강제력만을 변수로 삼으면 지구는 차가워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인위적인 요인이 지구를 달구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요인이 아니”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라는 게 기상학자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 전에 저탄소 사회로 가려는 사회적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순간에도 태풍은 수증기를 머금으며 공격력을 강화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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